2009년 10월 29일 목요일

입에 칼을 물고 사는 미주 한인들

입에 칼을 물고 사는 미주 한인들

 

요즘 한인들은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어깨는 처지고 한숨은 깊어졌다. 페이먼트에 허덕이고 밥벌이에 고달프다. 5년 10년 뼈 빠지게 일 했지만 헛바퀴만 굴린 것 같다. 왜 왔던가. 무엇 하러 왔던가. 회한에 잠긴다.

미국 동포들의 이런 속사정을 파헤친 글이 한국 중앙일보 조인스 블로그에서 화제다. 플러스타임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쓴 '미국 친지들을 위로하라'는 글이다. 글이 올라 온 첫날 조회 수가 1만5000에 육박했다.

융자 받아 집 사고 할부로 차 사고 빚 잔치 벌이며 살아가는 곳이 미국이다. 종자 돈 조금 만들고 그 돈 밑천 삼아 대출받아 가게 사고 사업하는 곳이 미국이다. 아슬아슬 줄타기다. 잘 될 때는 문제없다.

그런데 요즘 같은 불황에는 대책이 없다. 너 나 없이 무너져 내린다.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서 모두가 입에 칼을 물고 산다. 그러니 미국에 부모 형제나 친지 친구가 있으면 전화라도 한 번 하고 100달러라도 보내서 식사라도 한 번 하라며 위로하라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라도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루 아침에 직장 잃고 집 잃고 거리에 나앉았다는 이야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집은 차압되고 인터넷이 끊겨 아이가 숙제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50만불 100만불 들였다가 그냥 문 닫는 업소도 부지기수다. LA 한인타운 웨스턴 길에 있는 한 쇼핑몰을 가보라. 3분의 1이 비어 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꽉 찼던 몰이었다.

미국이 왜 이렇게 되었나. 믿기지가 않는다. 이전처럼 똑같이 열심히 일하고 똑같이 분주한데 왜 이 모양이 되었나. 수돗물 틀어 놓고 펑펑 눈물이라도 쏟고 싶은 심정들이다.

경기는 순환하는 것이니 때가 되면 회복될 것이다. 불황의 고통 또한 지나갈 것이다. 문제는 그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기 희망의 끈 놓지 않기로 견디는 것이다.

지난 10월 26일은 박정희 서거 30주년이었다. 3만명을 괴롭혔지만 3000만명을 먹여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그다. 때론 민주주의의 적으로 비난도 받지만 한국의 장년들에게 그는 여전히 신화다.

쿠데타 성공 후 박정희는 돈을 빌리러 독일로 갔다. 광부와 간호사들을 대거 보냈던 서독이었다. 1000m 지하 갱도에서 조국의 대통령을 보겠다고 모여든 광부들 앞에서 그는 약속했다.

"여러분의 새까만 얼굴을 보니 내 눈에 피눈물이 흐른다. 열심히 해서 반드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조국이 힘이 없어 여러분들을 이역만리 타국의 막장까지 보냈다는 대목에선 끝내 눈물을 쏟았다. 광부들도 함께 울었다. 눈물로 눈물을 닦아 준 것이다.

지금 미국 동포들에겐 그런 희망의 말조차 던져 줄 사람이 없다. 오바마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이명박은 더 멀다. 이방인이어서 떠나간 사람이어서 미국에서도 조국에서도 이래저래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동포들은 더 눈물이 난다.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민자의 눈물을 닦아 줄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것이 숙명이라면 스스로 서고 스스로 걸어 가야 한다. 이 악물고 버텨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길은 하나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태평양을 건널 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가. 나는 어떤 각오로 처음 미국 땅을 밟았는가.

내 눈물을 닦아 줄 이는 결국 내 안에 있다.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도 내 안에 있다. 그것을 볼 줄 아는 것 그것이 초심이고 믿음이다. <2009. 10.29. LA중앙일보 돌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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