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는 인생은 젖는 수 밖에 없다.

비다. 아파트 길 건너 노점상은 쏫아붓는 비에 일찌감치 장사를 걷고 있다. 옷도 사람도 몇 안되는 물건도 다 젖었다. 그는, 처진 머리만큼 마음도 무거우리라. 그 뒤. 삼층으로 된 고급 아파트 주차장 안에선 고급차들이 유유히 비를 피하고 있다.

비다. 그 많던 사람들로 분비던 거리는 한바탕 소동과 함께 한산해지고 빗방울만 요란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전깃줄 위에 참새 한 마리. 여기저기 고개를 돌리는 품새가 갈 데가 없나 보다. 그의 부리에서 빗물인지 모를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

비다. 장사를 접은 노점상이 수레를 끌고 집으로 가고 있다. 아니다. 흘러간다고 해야 맞겠다. 하수도로 흘러드는 빗물이나 그나 비가 오면 이 거리에서 사라져야 할 자락이니 별반 다른 처지가 아니다. 참새 부리 눈물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 ● ● ● ● ● ● ● ●
Animation : yamada takuo
Copyright ©2005 yamada takuo.
● ● ● ● ● ● ● ● ●

아직도 비다. 노점상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비가 오는 날 풍경은 평소보다 가까운 곳에서, 평소보다 빨리 희미해진다. 슬퍼할 틈도 주지 않고 가버리는 풍경은 아쉬운 법. 비 오는 날, 노래의 슬픔을 즐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김현식 말이다.

●다들 이잠 다읽 을줄 두 스뉴 는가아돌 로꾸거 이상세

잠에서 깨니 비도 갰다. 거리를 보았다. 비도 없고 노점상도 없고 참새도 없다. 법도 없고 상식도 없다. 생각이 이만큼 미쳤을 때 삼 층 고급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급 승용차가 비 한 방울 묻지 않은 광택을 드러내며 거리로 나선다. 관능적이다. (끝)/소각장지기 씨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