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3일 토요일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

청산


사랑하는 마음이 삼백예순 날

한결같이 여기 남아 있는 것을

떨어지는 잎새들은 알고 있을까.

빈 가지에 남은 사랑이

이별보다 더 크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우리들은 서로가 작별 한 마디만 남기고

소슬한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마냥

한 번 가면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인연이었던가.


작은 새 한 마리가 고운 털나래 펴고

포도동 높은 가을 하늘로 날아갈 때,

나는 우리 둘이 나무에 새긴 네 이름을 부르며

살아 있는 날들의 고독을 감상할 것이다.


이 가을에는 너를 위해

저녁 하늘이 되고 싶다.

그러면 너는 내 품에 안식하는 붉은 노을.

나는 또 바람이 되리니

너는 시들지 않는 꽃 향기 되어

이 세상 다시 찾아와

언제나 내 숨결 속에 살아가리라.

 

*<詩文學> 281호 1994. 12. 1. 발표


 

 

(박인희- 세월이 가면/박인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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