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는 *
청산
사랑하는 마음이 삼백예순 날
한결같이 여기 남아 있는 것을
떨어지는 잎새들은 알고 있을까.
빈 가지에 남은 사랑이
이별보다 더 크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우리들은 서로가 작별 한 마디만 남기고
소슬한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마냥
한 번 가면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인연이었던가.
작은 새 한 마리가 고운 털나래 펴고
포도동 높은 가을 하늘로 날아갈 때,
나는 우리 둘이 나무에 새긴 네 이름을 부르며
살아 있는 날들의 고독을 감상할 것이다.
이 가을에는 너를 위해
저녁 하늘이 되고 싶다.
그러면 너는 내 품에 안식하는 붉은 노을.
나는 또 바람이 되리니
너는 시들지 않는 꽃 향기 되어
이 세상 다시 찾아와
언제나 내 숨결 속에 살아가리라.
*<詩文學> 281호 1994. 12. 1. 발표
(박인희- 세월이 가면/박인환 시)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