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김수영은 술에 취해 길거리를 자주 헤맸다. 길가 전봇대를 붙들고 예사로 오줌을 싸곤 했다. 그는 언제나 제 돈으로 술 마시는 일은 없고 항시 얻어마시기만 잘하는, 얄미운 서울 깍쟁이였다. 그는 문예지 현대문학의 편집사원이었던 여동생 수명의 미모와 지성에 반한 총각 문인들이 다리를 놔달라며 술을 사면 실컷 받아마신 후에 슬며시 뒤로 꽁무니를 뺐다.
국문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무애 양주동은 자칭 ‘천재’요, ‘국보’였다. 잡지 편집자들은 안하무인 격인 그의 태도에 고개를 흔들면서도 박식과 해학이 돋보이는 그의 산문을 받기 위해 특별 고료를 줘야 했다. 무엇에든 거칠 것 없어보였던 그였지만, 당대의 석학이었던 이숭녕 서울대 교수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조윤제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묘안을 짜는 모습을 후학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소설가 홍성유는 약관에 유력 종합잡지의 편집장을 맡을 정도로 재기가 출중했다. 그는 온갖 잡기에 능통해 포커판, 마작판을 휩쓸면서도 남몰래 장편소설을 써서 신문사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장년에 한 신문사에 연재한 음식기행 ‘맛 자랑 멋 자랑’은 친구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었다. 그는 글의 감칠맛을 위해 식당 탐방에 문인 친구들이 동행했다며 슬쩍 거짓말을 비벼넣기도 했다.
이처럼 작고한 문학인 25명의 진면목을 실감나게 드러낸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김시철(77·시인) 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이 펴낸 ‘김시철이 만난 그 때 그 사람들 1’(시문학사 발행)이 바로 그 책이다. 김광섭, 모윤숙, 오영수, 정한숙, 조연현 등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거장들이 김 전 회장의 펜 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들은 문학 거장으로서의 오연함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고독과 욕망에 시달리는 나약한 면모를 드러낸다. 대가들의 인간적인 약점을 엿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온유한 성품의 소유자로 문단 안팎에서 두루 존경을 받았던 박목월 시인이 한국시인협회장 감투를 지키기 위해 문단 실세 후배들에게 일시나마 당근과 채찍 전략을 썼다는 것도 조금은 놀라운 이야기다. 그 자신이 문단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던 김 전 회장이 문학단체장의 감투에 연연했던 선배, 동료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권력과 가까워 뭇사람의 질시를 받았던 소설가 서기원에 대한 평이 찬사 일색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시선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인물평이다. 따라서 이 산문집의 일부 내용으로 문학사의 거장들을 함부로 재단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문학사의 인물들이 속물적인 욕망을 뛰어넘어 큰 문학적 성취로 나아간 동력이 무엇인지를 성찰함으로써 이 시대가 잃어버린, 문학을 향한 그리움을 다시 지펴야겠다.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국문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무애 양주동은 자칭 ‘천재’요, ‘국보’였다. 잡지 편집자들은 안하무인 격인 그의 태도에 고개를 흔들면서도 박식과 해학이 돋보이는 그의 산문을 받기 위해 특별 고료를 줘야 했다. 무엇에든 거칠 것 없어보였던 그였지만, 당대의 석학이었던 이숭녕 서울대 교수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조윤제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묘안을 짜는 모습을 후학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소설가 홍성유는 약관에 유력 종합잡지의 편집장을 맡을 정도로 재기가 출중했다. 그는 온갖 잡기에 능통해 포커판, 마작판을 휩쓸면서도 남몰래 장편소설을 써서 신문사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장년에 한 신문사에 연재한 음식기행 ‘맛 자랑 멋 자랑’은 친구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이었다. 그는 글의 감칠맛을 위해 식당 탐방에 문인 친구들이 동행했다며 슬쩍 거짓말을 비벼넣기도 했다.
이처럼 작고한 문학인 25명의 진면목을 실감나게 드러낸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김시철(77·시인) 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이 펴낸 ‘김시철이 만난 그 때 그 사람들 1’(시문학사 발행)이 바로 그 책이다. 김광섭, 모윤숙, 오영수, 정한숙, 조연현 등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거장들이 김 전 회장의 펜 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들은 문학 거장으로서의 오연함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고독과 욕망에 시달리는 나약한 면모를 드러낸다. 대가들의 인간적인 약점을 엿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온유한 성품의 소유자로 문단 안팎에서 두루 존경을 받았던 박목월 시인이 한국시인협회장 감투를 지키기 위해 문단 실세 후배들에게 일시나마 당근과 채찍 전략을 썼다는 것도 조금은 놀라운 이야기다. 그 자신이 문단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던 김 전 회장이 문학단체장의 감투에 연연했던 선배, 동료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권력과 가까워 뭇사람의 질시를 받았던 소설가 서기원에 대한 평이 찬사 일색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시선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인물평이다. 따라서 이 산문집의 일부 내용으로 문학사의 거장들을 함부로 재단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문학사의 인물들이 속물적인 욕망을 뛰어넘어 큰 문학적 성취로 나아간 동력이 무엇인지를 성찰함으로써 이 시대가 잃어버린, 문학을 향한 그리움을 다시 지펴야겠다.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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