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4일 월요일

팔봉산 그림 속에서

뒷동산 키 큰 소나무 솔잎소리에 
봄기운이 실려 오는 계절 
나는 오리나 되는 중학교에서 돌아와 
어머니를 찾았다 
아버지는 먼 들밭으로 일나가시고 
어머니의 인기척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면 
부엌 물동이에서 찬물 한바가지 들이켜고 
허기진 배를 붙들고 
뒷동산을 넘어 범 고개 바라보이는 
팔봉산 한 자락 끝 느리재까지 단숨에 올랐다 
느리재 큰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며 
아버지 어머니 우리 형제자매들이 살고 있는 
발아래 엎드린 산천 마을을 내려다 보다 
굽이굽이 무한천 감돌아 흐르는 곳 
백제의 혼담은 뒷절로 
답답한 가슴 풀러 불공드리러 가신 
어머니를 찾아 다시 뜀박질로 
산사에 이르면 반가이 맞이하며 
먹을 것을 찾아주시던 어머니 
팔봉산 그림 속에서 
20 여년동안 뵙지 못한 채 
지금은 가고 없으신 어머니와 
내 어렷던 시절 
새벽 장대비에 떠내려가는 복숭아를 건져다 
나를 맛있게 먹이시던 아버지 
장마로 불어난 벙것개울을 업어 건네주시던 
아버지의 묵묵히 따뜻했던 잔등이며 
서울로 고등학교 유학가는 나를 예산역에서 
어서 잘 가라며 눈물로 배웅해주시던 
어머니의 열정이 솟아나던 손길이 
아리게 아프게 아쉽게 
후회막심 영영 살아서 
팔봉산 그림 속에서 
전설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 2003. 12. 10. 호놀룰루에서. 

청산 이풍호 (미국 이름 Paul Lee) 시인충남 예산 출생.
휘문고 졸업.
인하대 전기공학과 졸업.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s Angeles) 영문학과 졸업.
1980년 12월 20일 도미하여, 현재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거주하고 있음.
<월간문학>(1989) <시조문학>(1989), <시문학>(1992) <현대문학>(1995)으로 등단.
그동안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인도, 프랑스 등의 문학지에 작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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