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4일 월요일

<성당에 관한 시 모음> + 聖堂 비둘기

+ 聖堂 비둘기
  
로스앤젤레스 시내중심 메인街 聖비비앤나 성당에서 정오의 종이 울린다. 종탑은 당당히 서있고 자비로운 종소리 울리는데 슬픈 날개를 접고 고개를 떨군 비둘기 한 마리. 성당의 철책 너머 인도를 가득 메운 헐벗고 집 없는 스키드 로우(Homeless Skid Row)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무엇 하나 가진 것 없이 허공에 풀린 시선마저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알몸들의 끝없는 방황을 바라본다. (아, 저들은 이 험한 세상, 인정 없는 거리를 얼마나 멀리서부터 걸어왔을까?)
다 닳아 아픈 다리를 이끌고 유니언 밋션 구호소(Union Mission Rescue)로 향하는 아직도 살아있는 자들이여, 성당의 철책문은 굳게 닫혀있다. 그리고 성당은 바로 이웃 구호소에서 들려오는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그것은 보통 외면이 아니고 성스러운 교회의 무관심. 일요일마다 여기 어떤지 아세요? 잘 차려입은 교인들이 순례자의 행렬지어 밀려오는 시각이면 스키드 로우사람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자기들의 땅마저 그들에게 비켜주어야 해요. 한 마디로 말해서 건성으로 자비만 흘리는 세상, 거짓 순례자들이 많아요! 이제 나는 하늘을 뚫고 날아가서 피흘리며 하느님께 그들을 고발하고 싶어요. 한참 분개한 후 고개를 들고 날개를 벌려 아픈 영혼들의 머리 위로 힘차게 비상하는 비둘기.
(청산 이풍호·재미 시인, 충남 예산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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