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6일 금요일

사월의 편지


Honolulu, Hawaii, 2009 Photo by Paul Lee

 

사월의 편지 / 청산


오늘밤은 이대로 잠들고 싶지 않습니다. 침댓머리에서 찰칵찰칵 공간을 가르는 자명시계가 우는 새벽에라도 나는 깨어 있을 것입니다.

 

나성심퍼니 오케스트라연주회에 갔습니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 2악장 (바버)
      피아노 컨체르토 A 마이너 16악장 (그리이그)
      심퍼니 E 마이너 64악장 (차이코프스키)
      윤기선씨 피아노 협연

지휘자 임춘원씨의 제스쳐는 더 큰 음량을 요구하는데 현악기의 음량이 작아 우리는 조금 서운했습니다. 연로한 탓인지 윤기선씨는 힘들어 보였지요.

이벨극장. 맨 앞줄 중앙석에서 나의 눈을 빼앗은 제 1 바이얼린부의 당신. 건장한 단원들 틈에서 가냘픈 모습으로 악보를 읽어가는 안경 속의 눈매며, 보우잉하는 오른 손과 휭거링하는 왼 손. 아, 누가 보아도 당신을 하나의 예술이라고 말하지 않을 사람 있을까.

훠스트 바이얼린파트가 쉬는 사이마다 바이얼린의 친레스트에서 땀을 살짝 닦아내던 검은 드레스의 당신의 모습. 당신을 위해 가냘픈 당신을 위해 내가 대신 연주를 해주고 싶었다오. 정말로 나는 챠이코프스키에서는 한 시간동안 당신만을 바라보고 당신만을 생각했습니다.

10시 반에 연주가 끝나고 우리 일행은 윌셔가의 타이니 카페에서 자정이 가깝도록 샌카를 마시며 연주얘기를 했지요. 내 친구 미스터 심도 청순한 당신에게 반했었다는데 일행중의 여자 친구는  남자들은 다 가련한 여인을 좋아하는가 보다 라고 말해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오는 5월 16일 바하, 모짤트, 쌩상의 곡으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연주회에서는 이름 모를 당신을 다시 만나서 하얀 두 손으로 만들어내는 당신의 바이얼린을 나는 사랑할 것입니다.

 


Jer Ser Der Sote Lam, 그대 곁의 소중한 사람 』
연주 : 수사네 룬뎅, Susanne Lundeng, 바이올린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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